요리노동에 대한 기본 예의 식...

이 글을 쓰게 된건 우연히도, 새알심 팥죽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되었지만, 돌고돌고 돌아서,.... 결론은 새알심 미역국으로 끝났다. 

팥죽을 식당에서 직접 사먹는 것이 아니라면, 나처럼 미리 사 두었다가 간편하게 먹으려면... 그런 팥죽은 대부분 새알심이 없다.
팥죽에 새알심이 없다면 내게는 팥죽이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재래시장 팥죽을 미리 사두고... 시간될때 데워먹기에는 바쁜 일정에 쉬운일이 아니다. 

몇년전에는 그래서 냉동된 멥쌀 가루로 새알심을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습식 쌀가루/찹쌀가루를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러던 중... 내가 사랑하는 오아시스 생협 홈피에서 냉동 새알심을 본거다.  오호라 싶어서 생협에서 파는 옛날 스타일 팥죽이랑 냉동 새알심이랑 샀다. 작년 동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두두둥... 그런데, 새알심 리뷰를 보니까.. 수제라고는 되어 있음에도 집에서 만든 새알심이랑 다른 것이...

금방 풀어져 죽이 된다는 혹평 일색...ㅠㅠ

하지만 나는 잘 할 자신 있어.. 새알심 초보는 아니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몇개 넣어보니.. 아니나다를까 
새알심이 제대로 찰지게 뭉쳐지지 않아 있어서인지... 금방 풀어지고.. 풀어지지 않더라도.. 겉에 묻혀놓은 가루가 물에 풀어지면서 찹쌀풀이 따로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리뷰에는... 찹쌀이 적게 들어가서 풀어진다는 둥... 이라고 되어 있는 댓글도 수없이 많았지만.. 이건 정말 뭘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이다. 

일단, 풀어지는건 찹쌀이 많이 들어가서 풀어지는거다. 흔히 떡국을 생각하면 되는데..
떡국떡을 멥쌀로 만드는 이유는.. 떡국을 끓였을때 죽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찹쌀로 했을때는... 생각도 하기 싫다.. 끔찍..

보통 반반/ 7대3 6대4 등 여러버전이 있지만, 반반만 해도 찹쌀이 많이 들어간 편이다..

결국 팥죽은 실패하고... 냉동실에 남은 새알심을 방치하다가..

어제는 큰 결심을 하고... 그걸 버리기 아까워... 
새로이 새알심을 만들었다. 

새알심이란... 정말 세심한 노고가 필요한 작업이다. 

물을 너무 많이 잡으면 질어지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 정말 아주 적은 물로... 점성이 없는 상태에서... 점성이 생길때까지 오래오래 치대어내어 말랑말랑 해지면... 한덩이씩 손바닥에 대고 동글동글 오래오래 굴려 만들어야 갈라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매끈한 옹심이 새알심이 완성된다. 

 
위에 사진 보면, 이건 뭐... 너무 대충 만든티가 팍팍 난다.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갈라져 있는 모습만 봐도... 오래오래 치대지 않았고, 치댄다음에라도 손바닥사이로 오래오래 동글동글 비비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결국 하나씩 하나씩 새로 하기로 했다. 

왼쪽이 내가 새로 한거..

그런데 이렇게 하기도 힘든게... 한알씩 새로 하다보니.. 치대는 작업을 못하고.. 점성이 없는걸 손바닥으로 만드려니 마구 부서진다..

결국 전부 볼에 넣고 치대는 작업부터 새로 해서.. 새알심을 새로 만들었다...

팥죽은 사둔게 없어서 새알심옹심이 미역국으로 하려 했는데, 미역 불리고 금방 될줄 알았는데, 이렇게 치대는 작업이 새로 생기는 바람에, 점심을 오후 세시에 하게 되는 비극이...

바로 위에 사진이 내가 만든 새알심들...
이렇게 매끈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끓는물에 넣었을때 바로 풀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정성을 쏟아부은 덕에, 정말 정말 오랜만에 눈물겹게도 그리운 옹심이 미역국을 맛보았다. 

생각해보면, 새알심을 냉동상태로 산다는 사실 자체가 쉬운일은 아니다. 
가격도 저렴했다. 5천900원..

판매자는 욕은 욕대로 먹고.. 제품은 제품대로 엉망이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엄청난 정성을 들여서 만들겠는가? 아무리 돈을 많이 주어도 나는 못할거다.. 내가 먹자고 하는거지.. 
게다가 온라인 식료품은... 가격이 비싸면 아무도 거들떠도 안본다.

이걸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판매자는... 혼자할 수는 없을테고, 아마 알바를 쓸테지..
근데, 그 알바는... 익반죽이며... 쌀가루 경단이나.. 아니면 송편이나 집에서 빚어봤을까? 아마 아닐지도..
그러니... 시간내에 새알심 한판 만들고 돈받으면 그만 하는 식이 었을테다.

알바를 탓할수도.. 판매자를 탓할 수도 없고.. 그냥.. 모든것을 사먹어야 하는 요즘에.. 이제 예전에 정성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점점 사라지겠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러고 사람들은 우리 엄마는 해주었는데...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야지 할테다..(우리 세대 사람들의 엄마들은 그 마저도 못할테고) 
그러면 그걸 만들어주는 엄마들은 무슨 죄로.. 그런 정성으로 저런걸 만들어야하나...

엄청난 노동에... 정성에... 값으로 매긴다면 엄청 내고 먹어야하는데...
과연 우리는 그럴 수 있을까?

새알심미역국은... 내가 아주아주 어렸을때 자주 먹던거다. 
명절도 아니고.. 누구 생일도 아니고.. 
아주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그런날 먹었던거 같다. 
주로 할머니의 주도로 기획되었고, 
새알심 작업은 식구가 많으니 각자 먹고 싶은 만큼 함께 만들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내 어렴풋한 기억에는 새참으로 자주 만들었던거 같기도 하고.. 당연히 소고기는 넣지도 못하였고..

하지만, 나는 오랜만에 호사로이 소고기 듬뿍,, 새알심도 듬뿍 넣고 먹었다. 

눈물겹게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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